김대복 한의학 박사 |
입냄새 원인은 다양하다. 생리현상, 생활습관, 섭생, 질환, 약물 등의 영향을 받는다. 주요한 입냄새 유발 물질도 약 40가지에 이른다. 질환에 의한 구취는 10가지 이상으로 세분할 수 있다. 질환에 의한 입냄새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구강 위생이 좋지 않던 시대에는 구취 대부분은 충치 등 입안의 문제로 인식했다. 20년 30년 전의 조사에서는 구강 질환이 80% 전후의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비롯해 구강 위생에 신경을 쓰는 요즘에는 내과나 이비인후과 등 다른 요인이 주류다.
각 장부에서 나는 입냄새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질환의 개연성을 추론할 수 있다. 다만 냄새에 따른 분류는 단순 참고가 바람직하다. 인체는 신비하면서 정교하다. 단순하게 어떤 증상은 특정 질환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많은 질환은 공통적인 특징도 있어 구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구취의 정확한 원인과 유형은 정밀 진단을 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 입냄새 유형에 따라 질환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과일냄새가 나면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다. 당뇨 환자는 타액과 혈액에 당 성분이 축적된다. 인슐린 분비력이 액해 탄수화물 분해능력이 떨어진다. 혈액에 축적된 케톤산 물질은 아세톤 향이나 과일향을 뿜는다. 과일향과 비슷한 아세톤 성분이 폐에서 입으로 나가는 것이다. 당뇨가 심하면 인체는 포도당 대신 지방을 연소시킨다. 이 과정에서 케톤산이 입으로 배출된다.
둘째, 암모니아 냄새가 나면 요독증을 의심할 수 있다. 요독증은 심한 신부전으로 신장의 기능이 극도로 저하돼 일어난다. 오줌으로 배설되어야 할 노폐물이 혈액 속에 축적된 결과다. 호흡 때 암모니아나 금속 맛이 느껴진다. 침이 분비되는 타액선으로 요소 성분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셋째, 달걀 썩는 냄새가 나면 간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간의 해독 작용이 떨어지면 노폐물 축적으로 시큼한 달걀 부패하는 냄새, 혈액 부패하는 냄새가 날 수 있다. 또 급성 간염, 간경화 등 간의 손상이 심하면 곰팡이 냄새, 비리면서 달콤한 아민향 등이 섞인 악취가 난다. 이 상황이면 때로는 혼수상태에도 이른다.
넷째, 혈액이 부패하는 냄새가 나면 위의 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 위장 질환은 음식물 썩는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신 내가 섞인 상한 음식 냄새는 위장기능 저하로 인한 역류성식도염, 위염 가능성이 있다. 위장 출혈이 있으면 피가 썩는 듯한 비릿한 악취가 난다. 악취는 위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식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이다. 혈액질환인 백혈병도 피가 부패하는 냄새가 날 수 있다. 고열과 탈수로 타액 분비가 줄어 입 냄새가 악화된 탓이다.
다섯째, 치즈 썩은 냄새가 나면 코의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코의 질환으로 일반적인 것은 축농증으로 통하는 부비동염과 만성 비염이다. 코 속에 염증이 있으면 세균 번식이 왕성하고 악취가 나게 된다. 편도선염 때도 비슷한 냄새가 난다.
여섯째, 여덟째, 역겨운 냄새가 지속되면 폐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폐의 염증으로 고름이 생기면 썩는 냄새가 난다. 악취는 호흡을 통해 입으로 나온다. 증세가 심할수록 악취가 더하다.
일곱째, 고약한 시궁창 냄새가 나면 편도결석을 의심할 수 있다. 편도의 작은 구멍에 침과 이물질이 침전돼 형성된 편도결석은 작은 알갱이로 노란색을 띤다. 재채기 등 때 튀어나오기도 하는 편도결석은 지독한 냄새와 함께 목이물감의 원인이 된다.
여덟째, 체취와 함께 입냄새가 나면 트리메틸아민뇨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인체에서 화학물질인 트리메틸아민을 분해하지 못하면 침샘과 땀샘을 통해 배출된다. 이로써 입냄새와 몸냄새가 동시에 날 수 있다.
아홉째, 썩은 고기 냄새가 나면 구강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잇몸염증, 구강염, 치주염, 치조농루와 같은 입안 질환은 고기 부패와 비슷한 냄새 비율이 높다. 폐렴이나 기관지염도 고기 썩는 악취가 난다. 악취는 모든 염증성 질환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기관지에 문제가 있으면 기침이 잦거나 가래 증상이 동반되는 경향이다. 흔히 숨이 차게 된다.
열 번째, 원인이 특별히 없는 악취가 나면 매핵기를 의심할 수 있다. 매핵기는 스트레스에 의한 입냄새로 설명할 수 있다. 구강이나 내분비 계통에 질환이 없는 데도 냄새가 난다면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매핵기로 표현한다. 목에 매실열매 같은 게 막혀 있는 느낌이 매핵기다. 목의 이물감은 악취의 원인이 된다.
홍의석 기자 news@iminj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