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한의학 박사 |
[민주신문=홍의석 기자] 담적(痰積)은 일시적 소화불량과 지속적 소화불량의 변수 중 하나다. 위장 기능이 떨어지면 섭취한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는다. 불완전 흡수와 불완전 배수된 음식은 위와 장에서 부패한다. 이로 인해 가래처럼 걸쭉하고 탁하게 된 병리물질이 담(痰)이다. 자율신경 실조로 딱딱하게 굳어 위장에 쌓인 담이 담적(痰積)이다.
이 상태는 염증이나 궤양이 아니다. 따라서 위장 내시경으로 잘 관찰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소화기능 약화를 불러 위장질환은 물론 전신질환의 원인이 된다. 위염과 위암, 대장염과 대장암, 당뇨, 위산역류, 목이물감, 구취, 관절염, 만성두통, 만성피로, 동맥경화, 고혈압, 여성질환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회식 때 기름진 음식 등을 과식하거나 과음, 또는 스트레스, 피로가 누적되면 일시적 소화불량이 올 수 있다. 섭생, 습관, 정신적 요인이 위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면 위 점막 안쪽 근육의 운동성이 떨어지고, 음식 부패가 일어난다. 이 같은 증상은 환경이 바뀌거나 약을 복용하면 사라진다.
담적을 의심할 경우는 소화제나 제산제를 복용해도 소화불량이 반복될 때다. 식욕이 떨어지고, 조금만 먹어도 헛배가 부르고, 가슴 답답함과 뒷목 뻐근함, 어깨 결림, 두통이 동반이 지속되는 경우다. 또 배에서 뭉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 담적 가능성이 높다.
한의학 용어인 담적은 서양의학의 활성산소와 맥락이 같다. 활성산소는 인체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산화력이 강한 산소다. 살균력이 있는 활성산소는 병원체나 이물질을 제거해 인체를 건강하게 한다. 그러나 일정량이 넘어선 활성산소는 본래의 기능 대신 세포를 공격해 손상시키는 역기능을 한다.
유해산소로 돌변하는 활성산소는 스트레스, 약물, 오염, 화학물질, 자외선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과잉 생산된다. 사람 질환의 90% 전후가 활성산소와 연관 있다. 구취와도 밀접한 간염, 당뇨, 신장염도 활성산소에 취약하다. 활성산소가 각 조직세포 손상, 단백질 기능 저하, 핵산 염기 변형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담적은 활성산소가 많으면 더 악화될 수 있다. 부패 음식 소화 과정이나 담이 섞인 혈액의 순환 과정에는 정상 기능의 세포 보다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불완전한 화학작용 속에 활성산소가 평소 보다 다량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산화 과정에서 포도당, 탄수화물, 단백질 같은 유기화합물이 불완전 대사 비율이 높아져 활성산소가 많이 만들어진다. 완전하지 못한 유기 화합물은 담 독소에 의해 오염되고 변성된 불량한 영양물로 악순환 될 수 있다.
따라서 활성산소와 담적을 줄이면 구취를 비롯한 여러 질환 발생 방지나 해소에 도움이 된다. 담적 치료는 체질과 증상에 따라 사용 약재가 다르고 과정도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기혈의 순환을 촉진하는 뜸, 침, 탕약이 쓰이는데 독소 배출과 위장 기능 강화가 관건이다. 구체적 방법으로 소화기 담적은 가래를 삭이면서 폐기(肺氣)를 고르게 하는 처방이 좋다.
또 걸죽해진 담을 묽게 해 위장과 혈액의 운동성을 높이는 처방을 한다. 소화액 분비가 촉진되면 위장기능이 개선돼 메스껍고 답답한 증상들이 개선된다. 소화기나 전신적 질환도 사라진다. 체질에 따라 열이 적은 사람은 장부를 따뜻하게 하면서 운동성을 높이는 처방, 열이 많은 사람은 건조한 장부 환경 개선과 운동성 증진 처방, 복부는 찬데 얼굴로 열이 오르는 사람은 상열감과 가슴 두근을 완화와 동시에 내장 운동성을 높이는 처방이 효과적이다. 담적의 주된 처방은 도담탕(導痰湯), 죽력달담환(竹瀝達痰丸), 화견탕(化堅湯), 봉강환(蜂薑丸), 백나각환(白螺殼丸) 등이다.
홍의석 기자 news@iminju.net